유전성 치매. 부모님이 치매로 고생하셨던 모습을 떠올리면, 혹시 나도 치매에 걸리지 않을까 두렵고 막막해집니다. 특히 치매로 인해 무너진 부모님의 처참한 모습은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죠.
가족력에 민감한 30~50대는 “나는 괜찮을까?”라는 걱정을 안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모든 치매가 유전되는 것은 아닙니다.
알츠하이머 치매의 경우, 유전적인 요인이 일부 영향을 미치지만, 전체 환자의 1~3%만이 ‘가족성 유전형(familial type)’에 해당합니다.
즉, 부모님이 치매라고 해서 반드시 자녀도 치매에 걸리는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의 경우 생활습관, 식습관, 운동, 수면 등 환경적 요인의 영향을 더 많이 받습니다.
치매 유전자와 예방 가능성
유전성 치매와 관련된 대표적인 유전자는 **APOE(아포지단백 E)**입니다.
이 단백질은 뇌에서 콜레스테롤과 지방을 운반하며, 신경세포 간 연결을 돕고 뇌세포의 회복을 지원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APOE2, APOE3, APOE4 중 2개의 조합을 가지고 태어납니다.
문제는 APOE4가 있을 때, 뇌에서 베타아밀로이드(β-amyloid) 단백질을 제거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이로인해 뇌에 노폐물이 점점 쌓이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염증 반응이 증가고, 뇌세포가 손상되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이죠.
APOE4 보유자 통계와 위험
유전자형 | 인구 비율(대략) | 치매 위험도 |
---|---|---|
APOE2/2 | 매우 드묾 | 위험 ↓ |
APOE2/3 | 10~15% | 위험 ↓ |
APOE3/3 | 60% 이상 | 평균 위험 |
APOE3/4 | 약 20~25% | 위험 ↑ (2~3배) |
APOE4/4 | 약 2% 미만 | 위험 ↑↑ (10~12배) |
알츠하이머 전문 매체 AlzForum에서 소개된 연구에 따르면, APOE4 유전형을 2개 보유한 고위험군의 경우, 건강한 생활습관이 치매 예방 효과를 충분히 발휘하지 못할 수 있다고 합니다.
반면, 유전 위험이 낮거나 보통 수준(APOE4 보유 없음 또는 1개 보유자)의 경우에는, 운동·식단·금연·절주 등 건강한 습관을 통해 치매 위험을 3분의 1로 줄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출처: AlzForum, 2019)
APOE4를 가졌다고 해도 반드시 치매에 걸리는 것은 아닙니다. 최근 연구 결과들은 예방 습관에 따라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다만 유전적 위험이 높은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미리 건강한 습관을 길러야 할 수도 있습니다.
나는 고위험군일까? 체크리스트
다음 항목 중 5개 이상 해당된다면, 치매 예방 습관을 더욱 철저히 관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3~4개 항목에 해당된다면 ‘경계군’으로 볼 수 있으며, 지금부터 생활습관 개선을 시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 부모 또는 형제 중 치매 환자가 있다
- 55세 이전에 치매가 발병한 가족력이 있다
- 운동 부족하거나 앉아있는 시간이 길다
- 가공식품, 단 음식 섭취가 많다
- 수면 시간이 불규칙하다 (5시간 이하 또는 9시간 이상)
- 스트레스를 자주 느끼고 해소하지 못한다
-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이 있다
- 사회적 관계가 단절되어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다
- 최근 기억력 감퇴나 집중력 저하를 자주 느낀다
- 우울감이나 무기력함이 2주 이상 지속된다
위 위험 요인들은 유전자와 별개로 뇌 노화를 촉진할 수 있습니다. 꼭 치매예방을 위해서 뿐 아니라 건강한 노후생활을 생각한다면 미리 인지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유전보다 더 강력한 생활습관
유전은 바꿀 수 없지만, 다행히 생활습관은 스스로 통제할 수 있습니다.
다음은 FINGER 연구와 WHO 권고안을 바탕으로 정리한 치매 예방 실천법입니다.
식습관
치매에 가장 좋은 대표식단으로 지중해 식단과 MIND 식단을 추천합니다.
- 지중해 식단(Mediterranean Diet): 주로 채소, 과일, 올리브유, 통곡물, 생선을 많이 섭취하고, 붉은 고기와 가공식품은 최소화하는 식단입니다. 염증을 줄이고 뇌혈관 건강을 개선하는 데 효과가 있습니다.
- MIND 식단(Mediterranean-DASH Intervention for Neurodegenerative Delay): 지중해 식단과 고혈압 예방을 위한 DASH 식단을 결합한 형태로, 특히 뇌 건강을 위한 음식 조합에 초점을 맞춥니다. 베리류, 녹색 잎채소, 견과류, 통곡물, 콩류 섭취를 강조하며, 알츠하이머 발병률을 낮추는 것으로 보고됐습니다.
가공식품 대신 생채소, 통곡물, 생선 위주로 섭취하세요.
생채소는 풍부한 섬유질과 항산화 성분을 제공해 뇌세포 노화를 늦추는 데 도움을 줍니다. 통곡물은 뇌에 안정적인 에너지를 공급해 인지기능 유지에 기여합니다. 생선, 특히 등푸른 생선에는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해 뇌세포막을 튼튼하게 하고 염증을 줄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오메가3, 비타민 B군, 항산화 성분이 풍부한 음식을 선택하세요. 오메가3는 뇌세포막을 보호하고 염증을 억제하는 데 효과적이며, 비타민 B군은 신경 전달물질의 균형을 유지하고 인지기능을 돕습니다. 항산화 성분은 활성산소로부터 뇌세포를 보호해 노화를 늦추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대표적인 오메가3 식품에는 연어, 고등어, 참치, 아마씨, 호두 등이 있습니다. 비타민 B군이 풍부한 음식으로는 달걀, 시금치, 현미, 두부, 버섯 등이 있으며, 항산화 성분이 많은 식품으로는 블루베리, 브로콜리, 토마토, 녹차, 다크초콜릿 등이 있습니다.
운동
주 3~5회, 하루 30분 이상 유산소 운동을 합니다. 유산소 운동은 뇌로 가는 혈류를 증가시켜 기억력, 집중력, 판단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을 줍니다.
대표적인 유산소 운동으로는 걷기, 수영, 자전거 타기 등이 있습니다. 처음부터 무리되지 않도록 부담 없는 활동부터 시작해 보세요.
특히 실외 활동은 햇빛을 통한 비타민 D 합성에도 도움이 됩니다.
수면
일정한 시간에 자고 일어나는 습관을 유지하세요. 수면 리듬이 깨지면 뇌 기능과 호르몬 균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깊은 수면은 뇌의 노폐물 제거(Autophagy)를 도와주며, 기억을 재정리하고 감정을 안정시키는 데도 중요합니다.
다음과 같은 요인들은 숙면을 방해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 취침 전 스마트폰 사용: 블루라이트는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해 수면 유도를 방해합니다.
- 카페인 섭취: 오후 늦게 마신 커피나 녹차는 수면의 깊이를 얕게 만들 수 있습니다.
- 수면 환경 불균형: 밝은 조명, 소음, 과도한 실내 온도 등은 수면 중 뇌의 회복을 방해합니다.
이러한 요인들을 줄이고, 어두운 환경과 일정한 수면 시간을 유지하는 것이 숙면에 도움이 됩니다.
인지 자극 활동
퍼즐, 독서, 악기 연주, 외국어 학습 등 여러가지 두뇌활동에 도전해 보세요. 새로운 학습은 신경세포 간의 연결을 강화하고 뇌의 예비능력을 향상시킵니다.
사람들과의 대화도 훌륭한 뇌 운동이 됩니다. 대화는 언어 능력, 기억력, 사회성까지 복합적으로 뇌를 자극하고 뉴런을 활성화합니다.
정서적 안정
명상, 요가, 일기 쓰기 등을 통해 심신을 안정시키고 스트레스를 해소하세요. 스트레스는 만성 염증을 유발하고 뇌 기능 저하의 주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외로움을 줄이고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정서적 지지와 교감은 인지기능을 보호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유전성 치매는 숙명이 아닙니다
치매 가족력이 있어도 좌절하지 마세요.
예방할 수 있는 부분이 훨씬 더 많습니다.
지금부터라도 내 몸과 마음의 습관을 다듬고, 뇌 건강을 위한 작지만 확실한 실천을 시작해보세요.
유전성 치매는 숙명이 아닙니다. 매일의 선택이, 나의 뇌를 지켜줍니다.